[이병주의 섹스앤라이프] 자위행위에 숨어있는 득과 실


【건강다이제스트 | 플라워산부인과 이병주 원장】

결혼 후 아내와의 성관계는 드문드문하면서 자위행위에만 집착하는 남편들이 있다. 이런 남편의 자위행위를 목격한 후 충격을 받고 내원한 여성이 있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이 거실에서 컴퓨터를 켜는 소리가 들리더니 몇 분 뒤 휴지를 뽑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무슨 일이었는지 궁금해 휴지통을 열어보니 비릿한 정액냄새가 나는 거예요.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진 것이 아닌데도 정말 기분이 나빴고, 혐오스러웠어요.”

PART 1. 남편이 자위행위를 하는 이유

남편의 자위행위에 대해서 대부분의 아내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하지만 남자의 성 심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꼭 그렇게 볼 것도 아니다.

성생활이란 사랑을 전제로 해야 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남자의 경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단지 성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분출 욕구도 있기 때문이다. 여자보다 월등히 높은 남성호르몬은 주기적으로 남자를 성적 긴장 상태로 몰아간다. 이런 경우 편안하게 혼자서 성적 긴장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자위행위로 얻는 쾌감이 아내와 성관계를 하면서 얻는 쾌감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특히 출산을 한 아내를 둔 남편인 경우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출산 후 늘어난 질에 귀두를 삽입했을 때 느끼는 감각과 쾌감보다 자기 손으로 귀두를 잡고 자위행위를 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자위행위는 양날의 칼

자위행위가 성적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부부 관계에 있어서는 복병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남자들은 성적으로 시각적인 자극에 예민하기 때문에 대부분 뭔가를 보면서 자위행위 하는 것을 즐긴다. 이때 보는 것이 포르노그래피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포르노그래피를 보다보면 처음에는 수위가 낮은 장면에 금방 흥분하지만 그 다음에는 그냥 평범한 장면으로는 흥분이 안 된다. 보다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포르노그래피에 중독되어 헤어나오기 힘들게 되고 아내와의 성관계는 물 건너가게 된다.

자위행위, 해? 말아?

이쯤 되면 자위행위를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면서 부부생활에서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면 자위행위를 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힘들고 외로운 기분을 반전시키기 위해, 혹은 부부 성문제의 해결은 미루고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위행위를 한다면 지금이라도 횟수를 줄여야 한다.

20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3대 성혁명은 경구용 발기 유발제, 여성들의 음모 면도, 그리고 바이브레이터의 사용이라고 한다. 이 중 바이브레이터는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 중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 추세다. 그런데 이런 기구에 의존하다보면 사람의 손길에는 쾌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갓 결혼한 여성이 자신이 불감증인 것 같다며 내원했다.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했고, 지금도 관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이상하게도 남편의 애무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상담을 해보니 결혼 전의 그녀는 혼자서도 자위를 해서 곧잘 느끼던 여성이었다. 그런데 결혼 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은 바이브레이터 때문이었다. 싱글 시절 사용한 바이브레이터의 강한 자극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부드러운 남편의 손길에는 전혀 자극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다.

PART 2. 부드러운 남편 손길보다 바이브레이터?

바이브레이터는 최근에 개발된 성기구는 아니다. 19세기 말 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주로 정신과의사들이 히스테리아(신경증) 증세를 보이는 여성을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했다. 바이브레이터는 빠른 진동을 이용해 음핵을 자극하고 이로 인해 여성을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하여 신경증을 치료했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성감장애나 오르가슴 장애를 치료할 때 성적 흥분을 유도하는 도구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치료를 위한 목적보다는 성감을 높이기 위한 개인 성생활 도구로 더 많이 쓰인다. 여성이 자위행위를 할 때 쾌감을 주는 것으로 바이브레이터만한 것이 없다. 바이브레이터는 분당 수천 회가 넘는 진동으로 여성의 음핵을 강하게 자극한다. 또 마음대로 강도나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이 실리콘이나 고무 혹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한 번에 너무 오랫동안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다보면 강한 진동으로 인한 강한 쾌감에만 적응돼 남편의 손길에는 자극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위 사례자처럼 바이브레이터에 길들여진 사람은 평생 남편의 손길에는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건 아니다. 바이브레이터의 진동 횟수를 조절해 민감성을 되찾으면 된다. 만약 100 정도의 진동수에서 느끼는 여성이라면 다음 번에는 95로 진동수를 조절하고, 그 다음에는 90, 그 다음에는 85… 이런 식으로 점차적으로 진동수를 낮춰가도록 한다. 대신 작은 자극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노력하다보면 곧 바이브레이터보다 못한 남편의 손길에도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병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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