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남’ 사이에 선 위기의 부부, 불륜에 대처하는 자세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

지난 6월 연예계는 유명 여배우와 유명 영화감독의 불륜설 보도로 떠들썩했다.

이 보도로 인해 여배우의 팬들은 등을 돌리고, 해당 영화감독의 가족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해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물 한 모금 못 넘기며, 피눈물을 쏟아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배신감에 치가 떨리지만 그럼에도 가정을 지키고 싶다면? 불륜은 저질렀지만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어렵지만 방법은 있다. ‘남’이 될 뻔한 부부가 다시 ‘님’이 되는 불륜 대처법을 소개한다.

■ 지옥을 두 번 다녀온 여자 이야기

첫 번째는 싹싹 빌어서 용서했다. 다신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는 남편의 말을 전부 믿진 않았다. 별거 첫날부터 유난히 아빠를 찾던 8살밖에 안 된 아들 때문이었다. 40대 주부 양선화(가명) 씨의 악몽은 그렇게 시작됐다. 말은 용서한다고 했지만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확신한 휴대전화 속 증거가 머릿속을 떠다녔다.

남편은 휴대전화에 그 여자 이름 대신 ‘박사장’이라고 저장했고 종일 메신저로 박사장과 데이트 장소를 고민했다. 어느 날은 명품 매장에서 핸드백 사진 몇 장을 찍어 박사장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남편은 그 매장에서 월급보다 큰돈을 결제했고, 그날 3시간 뒤 고급 레스토랑에서 한 번 더 결제했다. 남편이 박사장에게 선물을 건네고 밥을 먹을 그 시간, 양 씨는 김장하러 아이와 시댁에 가 있었다. 그녀만 보면 끝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시어머니와 함께 100포기 배추를 절이고 김치 양념을 만들었다.

박사장과의 관계를 들키자마자 정리한 남편은 새사람이 됐다. 일찍 퇴근하고 주말에도 아이와 열심히 놀았다. 그렇게 남편의 바람은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그로부터 2년 후, 남편이 이상하게 바빠졌다. 회사 일이 많다고 했다. 업무가 바뀌어 공부할 것도 많다고 했다. 설마설마했다. 설마가 사람을 또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워크숍을 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여자와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남편이었다.

제2의 박사장은 양 씨도 함께 간 적 있는 남편의 단골 호프집 사장이었다. 남편과는 이혼밖에 답이 없는 듯했다. 눈물도 모두 말랐는지 흐르지 않았다.

■ 우연히 아내의 남자를 본 남자 이야기

눈을 의심했다. 낯선 차를 보고 환히 웃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는 아내였다. 이윽고 아내에게 차 문을 열어주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자동차에 나란히 앉은 둘이 자연스럽게 포옹을 하는 순간 고개를 돌렸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30대 회사원 이평우(가명) 씨는 아내에게 그동안 바빠서 잘해 주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출장 일정을 어렵게 하루 줄였다.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에 퇴근 시간에 맞춰 아내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까무러칠 정도로 깜짝 놀란 건 이 씨였다.

황급히 집으로 가서 아내를 기다렸다. 밤 10시가 넘어도 안 들어와 아내에게 모르는 척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던 아내는 12시가 넘어서야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냈다. ‘피곤해서 집에 오자마자 잠들었어. 내일 봐~’라는 내용이었다.

아내는 그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음 날 저녁 아내는 웃는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일단 정확한 증거를 잡을 때까지 모른 척하려고 했는데 차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침대에 누웠다. 복수라는 두 글자만 떠올랐다. 두 사람의 인생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치밀한 복수를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이혼은 그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 불륜을 접한 남녀의 같은 듯 다른 심리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라도 살면서 많은 문제를 마주한다. 싸우고 화해하고 상처받고 상처주고 그렇게 산다. 그중 불륜은 최악의 문제다. 불륜은 결혼의 전제인 사랑을 저버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한 사랑, 배려가 존재한다면 불륜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되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분노로 치가 떨릴 것이다. 남편과 아내 똑같이 분노에 사로잡히지만 그 속의 심리는 조금 다르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은 “배우자의 외도를 알았을 때 많은 남편은 아내가 외도 대상과 성관계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묻는다.”라고 말한다.

남편에게 아내는 자신만이 성관계할 수 있는 대상이다. 뼈 빠지게 벌어서 아내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이런 독점 의식에서 생긴다. 그런데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했다면 도둑질 당한 기분이 든다. 도둑이라고 느끼는 외도 대상에게 분개하고 응징하려는 경향이 크다.

아내는 남편보다 복잡한 심리상태를 보인다. 남편이 외도 대상에게 보낸 ‘사랑한다, 보고 싶다’라는 메시지 하나에도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남편이 무뚝뚝해도 참고 산 이유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여자한테는 자상하다면 이제 사랑이 식었다는 확신으로 괴롭다.

선물이나 식사 등으로 외도 대상에게 돈을 많이 쓴 것도 두려운 일이다. 남편이 자신보다 성적인 매력을 가진 다른 여성에게 관심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돈을 썼다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버림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는 극심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일이 흔하다.

■ 이혼보다 현명한 불륜 대처 매뉴얼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막막할 것이다. 김숙기 원장이 추천하는 현명한 불륜 대처 매뉴얼을 소개한다.

□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면…

1. 흥분은 가라앉히고 사태를 파악한다. 이때 너무 과장해 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2. 배우자의 불륜을 인정하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다.

3. 배우자와 대화를 시도한다. 이때 불륜이라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결혼생활과 부부 관계를 전체적으로 돌아본다.

4. 외도 대상과 단절할 것을 단호하게 요청한다. 그리고 확인한다. 상황에 따라서 외도 대상에게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도 된다. 당장 내 배우자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단호하게 문자나 전화로 알릴 수 있다(직접 만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5. 배우자에게 쉽게 “용서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대신 “쉽지 않겠지만 나는 당신을 용서하려고 노력할 거야.”라고 말한다.

6. 외도 대상과 정리가 되면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해 더 노력한다. 불만, 아쉬운 점을 해결하고 함께하지 못했던 일을 한다. 특히 잠자리 회복이 중요하다.

7. 위의 과정을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부부 상담 전문가에게 부부 상담을 받아 각자 상황에 맞는 해결법을 찾는다.

□ 자신이 불륜을 저질렀다면…

1. 잘못을 저지른 쪽이 더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배우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줄 때까지 부부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임시방편으로 사과하면 배우자의 분노는 더 커진다.

2.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배우자가 탐정처럼 계속 증거를 들이밀 때 자백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거짓말을 하면 배우자는 계속 증거를 모을 것이다.

3. 하루빨리 외도 대상과 정리하고 배우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신경 쓴다. 그렇다고 배우자에게 모두 맞춰줄 필요는 없다. 진심이 담긴 노력과 행동이 필요하다.

□ 이혼, 나를 위한 최후의 선택

이혼이라는 끝이 보이는 불륜 유형이 있다. 김숙기 원장은 “이미 결혼생활이 절망적이어서 이혼을 결심하고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그 배우자는 잘 돌아오지 않는다.”며 “부부 생활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애정의 여지가 남아있는지 아닌지에 달려있다.”고 조언한다. 자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의 눈이 무서워 할 수 없이 같이 산다면 불륜은 반복될 것이다. 어떤 방법을 써 봐도 용서가 되지 않을 때, 불륜이 반복되어 결혼 생활이 유지되기 힘들 때는 이혼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아이 때문에 참으며 평생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것은 결국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늘 다투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그 부모를 미워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 TIP. 나만 아는 배우자의 불륜, 지금 터트릴까? 두고 볼까?

불륜 사실은 밝혀졌을 때 바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거나 참고 있으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도 처음에는 가책을 느끼다가 어느 시점에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매일같이 불륜을 상상하며 피를 말리며 살지 말자. 배우자가 관계를 빨리 정리하도록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정유경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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